을지로, 낮술하기 좋은 '지하식당'

지하식당

주소: 서울 중구 을지로32길 24 3공구 B동 169호 지하식당


을지로 상권이 뜬지 꽤 된 지금, 마치 테마파크처럼 곳곳에 흥미로운 것들 투성이다.
을지로에서 여기 갈래?라고 하면 모두가 사방에서 제각기 숨겨두었던 히든 플레이스들을 꺼내 보여주는 진풍경이 펼쳐지는데, 그 토론이 몇 년째 끊이질 않는 것을 보니 을지로엔 도대체 얼마나 보물 같은 곳들이 더 숨겨있는 걸까 궁금해진다.

이곳은 전부터 너무 가고 싶었던 곳이라 멀리 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친구들을 몇달을 괴롭혔다.

시장 속에 숨겨져 찾기가 어렵다는 얘기가 많았다.

을지로 4가 역에 내려 구글 맵을 따라 걸었다.
건어물 골목을 따라 숨바꼭질하듯 이리저리 걷다 보니 이 근처라는데, '계단을 올라갔더니 나왔더라'라는 성경 구절 같은 소리를 했던 게 생각이 나 옆을 보니 계단이 있다.
그저 올라가니 어쩌다 발견한 진정한 미로 찾기 같은 곳.

 

들어가면 어떻게 아시고 사장님이 반겨주신다.
시장 속에 있는 노포에서 감바스를 팔기도 하고 와인 콜키지를 하기도 하는 감각과 북엇국과 멸치국수를 파는 앤틱함이 너무나 을지로스럽고 신선했는데 젊은 감각이 느껴지는 중년의 사장님이 계셨다.

감바스와 술부대, 페코리노 감자를 주문하였고 콜키지를 하기 위해 낮부터 와인을 들고 갔다.

일요일은 휴무.
월-금 오전 10시부터 저녁 9시
토요일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영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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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과자가 통에 있는데 그저 알아서 먹으면 된다.
안주를 꽤나 시켰음에도 계속 손이가 계속 하나씩 집어먹게 되는 맛.

전기난로를 켜주셔 한파에도 실내가 따듯했다.
술을 마셔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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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 같은 것들.. 그냥 내가 알아서 사용하면 된다.
와인 오프너도 준비가 되어 있는데 그냥 알아서.
웬만한 것이 셀프이다만, 코르크가 뻑뻑해 느릿느릿하니 지나치지 못하시고 끝내 오픈해주고 가신다.
역시 답답한 것 참지 못하는 한국인!

감바스.
다 먹고 나면 밥도 볶아주신다.
원래 볶아주신다는 말을 듣긴 했는데 너무 바쁘셔서 말하지 못한 채 그저 멍하니 앉아있으니 사장님께서 알아서 볶아주신다.
밥도 볶아줄 수 있으니 먹어보라고..
고소하고 오일리 한 맛이 계속 생각나는 맛.

 

감자 페코리노.
이 메뉴가 먹고 싶어 여길 찾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슨 맛인지조차 상상이 안됐는데 허니버터칩과 비슷한 맛이다.

달고 오일리 한 것들을 시키다 마지막 메뉴는 드디어 얼큰하게, 술부대찌개
똠냥 베이스가 특징인데, 워낙에 태국 음식을 좋아하고 여러 향신료들에 크게 거부감이 있지도 않던 터라 나에겐 만족스러운 초이스.
똠냥국 자체가 호불호가 있기에 그걸 좋아하는지에 따라 주문하면 되겠다.

친절하고 재밌는 사장님과.
맛있는 음식들, 재밌는 메뉴들.
을지로 감성.
낮술.

이 모든 합이 너무 좋은 지하 식당에서 친구들과의 반짝 데이트.